‘출근하기 싫어요’, 직장인의 출근거부증
‘출근하기 싫어요’, 직장인의 출근거부증
  • 이용민 기자
  • 승인 2013.12.03 02: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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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 불안장애 등에서 비롯
완벽주의 보다는 유연한 지성을, 자아비판은 삼가야

▲ 을지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
직장인 최 씨는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기 싫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출근해서 업무와 마주하는 것이 꼭 면접시험을 보는 것처럼 부담스럽고 가슴이 두근거리기 때문이다. 막상 출근 후 업무를 하다보면 아무렇지 않지만 매일 아침이면, 출근길에 오를 때면 최 씨의 손에는 땀이 흥건해지고 회사에 사표를 내는 상상을 하기에 까지 이른다.
출근하려고하면 땀이 나고 가슴이 답답해지는 출근거부증.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치열해져만 가는 경쟁사회 속에서 오늘도 총성 없는 전쟁을 치루고 있는 직장인들이 겪고 있는 출근거부증에 대해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출근하기 싫어요…
출근거부증은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에 출근을 생각하면 땀이 나고 가슴의 답답함을 느끼는 것으로 정식 질환은 아니지만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겪어봤을 증상이다.
출근거부증은 가벼운 상태에서 심각한 상태까지 여러 단계가 있는데 간혹 지각을 한다거나 이유 없이 병가를 자주 내는 경우는 있지만, 어린아이들의 등교거부증과는 달리 실제로 출근을 하지 않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을지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성훈 교수는 “출근거부증은 출근하기 전 침대에서 일어나기 싫고 설령 일어났다 해도 출근길에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몸이 여기저기 아픈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며 “이 순간만큼은 몇 번씩 회사에 사표를 내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이 직장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바래왔던 삶을 살 수 있을 것 같은 백일몽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한다.

왜 출근하기 싫어요?
출근거부증의 원인으로는 과다한 업무와 스트레스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무에 대한 두 가지 불안이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는 수행불안으로 ‘과연 내가 업무를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다. 현대의 직장에서는 과거와는 달리 고정적인 일을 반복하는 곳이 드물며,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기를 요구 받는다. 최근 과업을 중심으로 팀(team)제로 구성되는 조직 구조는 이전 과업이 끝이고 새 과업이 떨어지면 해체와 재조직의 단계를 밟는다. 따라서 익숙한 업무와 익숙한 동료에 안주해서는 발전이나 생존을 보장하기 힘들다. 항상 새로운 업무에 부딪히기 때문에 경력사원이라고 해도 수행에 대한 불안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구조조정이 심화되면서 일인 다역이 요구되는 직장문화에서 더욱 더 수행불안은 심해진다.
둘째는 일종의 사회공포증이라 볼 수 있는 대인 관계적 불안이다. 많은 직장인들은 업무 스트레스보다 더 견디기 힘든 스트레스로 직장 동료 간의 갈등을 손꼽는다.
상사건 부하직원이건 항상 부당하다는 느낌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특정한 동료만 보면 이유 없이 화가 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왕따현상 역시 학창생활에서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며, 적지 않은 직장인들은 실제이건 아니면 혼자만의 상상이건 자신이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믿는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신의 업무나 성과가 모두 누군가에게 평가되고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에 휩싸이게 되며, 심한 경우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마비상태, 무기력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이러한 수행불안과 대인 관계적 불안은 점점 더 출근을 부담스럽게 느끼게 한다.

그래도 출근해야죠!
수행불안에 대해서는 능력을 개발하는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이 될 수 있지만 애써 노력하여 실력을 쌓고 준비를 완벽히 갖추었다고 해도 예상하지 못한 업무를 맡게 되면 여전히 초보자 신세를 면하지 못하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지식을 흡수하는데 열려있는 유연한 지성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완벽주의가 불안의 씨앗이 된다는 것 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많은 경우 자신을 평가하는 것은 남이 아닌 자신인 경우가 많다. 다른 누가 뭐라 하는 것도 아닌데, 스스로 생각하기에 성과가 미진하고 업무의 질이 떨어지는 것 같아 수치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그렇다면 이런 자아비판이 출근을 겁내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임을 스스로 인식해야만 한다.
대인관계에서의 불안의 경우 사람으로 해서 생긴 스트레스는 역시 사람으로 풀 수밖에 없다. 직장에서의 인간관계가 매우 경쟁적이고 지뢰밭이라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역으로 동료나 선후배간의 인간관계가 없다면 어느 누구도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직장인이 아침 출근 시의 부담과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현관문을 나서는 것은 업무의 강도나 월급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동일한 목표를 지향하고, 동일한 문화를 공유하며, 매번 얼굴을 맞대는 직장 동료들은 현대 사회에서 가족 다음으로 마음을 열고 지내게 되는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아무리 어려운 업무라 할지라도 물어볼 사람이 있고, 또한 그 업무를 성취했을 때 수고했다고 인정해줄 사람이 있다면 어떤 업무를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눈에 가시 같은 동료나 상사가 한명 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불만에 진심으로 맞장구쳐줄 수 있는 동료가 한명이라도 있다면 배겨나지 못할 것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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