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의회에서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세종시의회에서 울려퍼진 '임을 위한 행진곡'
  • 이병기
  • 승인 2019.05.20 13: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일 윤형권 의원 5분발언.. 내년 5.18 40주년 기념행사 세종시 주관과 올바른 역사교육 촉구
윤형권 의원이 20일 5분 발언을 통해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윤 의원은 발표내용의 배경음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을 사용했다. / 사진 이병기 기자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지난 18일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에 위치한 국립5·18민주묘지(國立5·18民主墓地)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제창된 너무나도 유명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세종특별자치시 의회 본회의장에서 울려퍼졌다. 

윤형권 세종시의회 의원은 20일(월) 오전 제56회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을 통해 '5.18 특별 진상조사 규명위원회의 즉각 가동'과 내년 제40주년 '5.18민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 세종시 주관'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을 비롯한 제주4.3항쟁, 6.25전쟁등에 대한 제대로된 비극의 역사의 적극적 교육 필요'등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였다. 

윤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에서 '5‧18민주화운동 기념사업 지원 및 계기교육을 촉구하며'란 제목의 5분 발언을 진행했다. 

윤 의원은 "만물이 꽃을 피우고 신록이 우거져가는 아름다운 5월이지만 39년 전 오늘 이곳 세종에서 불과 백오십 킬로미터 떨어진 광주에서는, 국가권력을 찬탈하려는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이  광주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살상·도륙한 비극적인 날"이라며 "이들 신군부 세력은 광주시민의 피를 빨아먹고, 대통령이 되고, 장관자리를 나눠 먹고, 악마의 권력에 흠뻑 취해 있다가,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서른아홉번이나 바뀐 오월이지만 선량한 시민을 살상하고, 국가권력을 찬탈한 세력을 미화하는 반민주적, 반역사적인 작태는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작태는 과거 잘못된 역사를 청산하지 못해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지적했다.

그 실례로 ▶이승만 정권 때의 반민특위 해체로 친일파에 권력을 쥐어준 결과 ▶5.16쿠데타, 5.18광주시민 학살, 헌법을 유린한 국정농단사태 등의 연속성을 들었다. 

윤 의원은 "광주시민을 학살한 신군부 세력을 처형했더라면, 반민특위가 친일파를 청산했더라면, 제주 4.3항쟁의 책임자를 처벌했더라면 대한민국의 100년 역사가 이토록 불행한 역사로 반복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저는 오늘, 더 이상 불행한 역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이 자리에 선 것"이라고 5분 발언을 이어갔다.

세종시의회 윤형권 의원이 5분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먼저 윤 의원은 5.18 특별 진상조사 규명위원회가 즉각 가동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법에 따라 위원회는 구성됐지만, 위원 추천 문제로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채 5월을 맞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이번 정례회에서 ‘5.18 특별 진상조사 규명위원회’의 즉각 가동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달라고 동료 의원들에 제안했다. 

이어 '정치인은 정의의 편에 서서 불의한 것에 대해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하며 국립 광주민주화운동 묘역에 있는 두 개의 무덤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그중 한 주인공은 구둣방에서 구두를 수선하는 제화공인 고 김경철 씨(1980년 5월 19일 사망 당시 29세).

그날 김경철 씨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고 금남로를 걷던 중 계엄군에 잡혀 몽둥이에 머리를 맞아 숨졌으며, 당시 계엄군은 김경철 씨에게 행선지를 제대로 말하라고 요구했지만, 그는 답변을 못해 계엄군의 박달나무 진압봉에 맞아 사망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은 "행선지를 제대로 말했더라면 죽지 않았을 수도 있었다는 게 고 김경철씨 친구들의 증언이며 답변을 못한다고 계엄군의 무자비한 몽둥이질에, 29세 꽃다운 청춘이 죽임을 당했다"며 "고 김경철 그는, 말을 못하는 언어장애인, 계엄군이 윽박지르는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 이었다"고 매우 안타까운 사연을 전했다.

또 다른 사연은 당시 고등학교 영어교사인 고 최미애 씨의 이야기이다.

고 최미애 씨는 그날 광주시내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있다가 계엄군이 정조준하여 사격한 M16 소총 총알에 이마 한가운데를 관통당해서 그 자리에서 사망하였다는 것.

윤 의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고 최미애씨의 무덤에는 두 사람의 유골이 묻혀 있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 한사람은 누구였을까'라고 물으며 "국가권력을 찬탈하려는 전두환, 노태우 등 신군부 세력의 하수인인 계엄군에 희생된 최미애 씨는 사망 당시 임신 8개월이었다"며 "고 최미애 씨는 죽어가면서도 뱃속의 아기를 보호하려고, 배를 움켜쥐고 사망하였다고 전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18묘역에는, 세상 빛도 못 본 자신의 아이와 함께 싸늘한 땅속에 유골이 되어 있다"며 "고 김경철 씨, 고 최미애씨가 폭도인가? 북한군인가?"라고 물어 본 회의장을 일순간 엄숙함이 밀려왔다.

윤 의원은 "세종시는 40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사업을 직접 주관하여, 행정수도로서의 역할을 하길 바란다"며 "또한 호수공원 등 시민이 많이 모이는 곳에 역사를 사실대로 기록하는 사업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역사를 사실대로 기록함으로써, 더 이상 비극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야 한다는의미를 재차 강조하며 교육청 역시 5.18민주화운동과 제주 4.3항쟁, 6.25전쟁 등 비극의 역사를 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가르쳐 우리 아이들에게는 불행한 역사를 물려주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날 세종시의회 본회의장에는 청소년 의회교실의 일환으로 전의초등학교 학생 28명이 방청했다

윤 의원은 "최근, 집단 발포 직전 전두환의 광주방문 사실, 시신을 불로 태워 없앴다는 증언, 헬기에서 기관총을 쏘았다는 등 매우 사실적인 증언이 최근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는 광주민주화운동 특별 진상조사 위원회를 즉각 가동하여 광주시민의 명예를 회복 하고, 비극의 연속인 대한민국의 불행한 역사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대한민국의 행정수도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의원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하며 5분 발언을 마무리했다. 

한편 이날 세종시의회 제56회 정례회 1차 본회의가 진행된 본회의장 방청석에는 청소년 의회교실의 일환으로 전의초등학교 학생 28명이 숙연한 표정으로 방청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