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퇴한 선생님에게 ‘명함’의 의미는?
[기자수첩] 은퇴한 선생님에게 ‘명함’의 의미는?
  • 이병기
  • 승인 2019.05.15 16: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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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시교육청, 퇴직한 교원에 ‘퇴직명함’증정해 화제.. 제2의 인생 시작 축복
- 정경자 전 유아교육담당 장학사 “명함통해 소외감이 자존감으로.. 교육컨설팅과 강의로 분주”

[기자수첩] 은퇴한 선생님에게 ‘명함’의 의미는?

2019년 5월 15일. 이날은 제38회를 맞이한 스승의 날.

40여년의 교직생활을 마감하고 제2의 인생을 살아가는 퇴직 교원들에게 명함은 어떤 의미일까?

교육에 대한 한결같은 사명감과 숭고한 제자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교단을 떠나는 60대 초반의 교육자들이 느끼는 공통점은 ‘명예로움’과 ‘자부심’.

이와함께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하는 ‘상실감’과 ‘무 소속감’으로 표현된다.

초등 교직 33년과 교육청 전문직(장학사)4년을 마감하고 지난 2월 자랑스런 졸업장(?)을 받은 정경자 전 세종시교육청 학교혁신과 유아교육 담당 장학사가 그의 퇴직당시의 착잡했던 심정과 함께 제2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줬다.

“현직에서는 별로 명함의 필요성을 못 느꼈는데.. 하루 아침에 신분이 바뀌었죠. 명함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더군요. (퇴직 전에는) 그저 받기만 했었는데 나도 나를 알릴 수 있는 또 줄 수 있는 명함이 있었구나”

지난 2월 세종시 한 유치원에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한 정경자 전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지난 2월 세종시 한 유치원에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한 정경자 전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지난 2월 27일(수) 세종시교육청 대강당에서는 2019년 상반기 교육공무원 훈포장 전수식과 함께 신규 임용교사에 대한 임용장 수여식이 함께 열렸다.

이 행사와 별도로 세종시에 있는 한 유치원에서는 유아교육에 평생을 다 바친 정경자 장학사의 현직 마지막 수업과 함께 정년 퇴임행사가 열렸다. 최교진 교육감과 유치원 아이들 그리고 제자등 많은 지인들이 참석했다.

정 장학사에게는 꽃다발외에 또 다른 선물이 제공됐다. ‘행복한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에서 근무한.. 전 학교혁신처 유아교육담당 평생세종교육가족 정.경.자’라고 적힌 일명 ‘퇴임 명함’이 그것이다.

세종시교육청은 전국 최초로 오랜 교직봉사에 대한 감사의 의미와 은퇴후 세종교육에 대한 사랑과 소속감을 갖고 세종교육 기부활동과 자문에 적극 동참을 당부하는 의미를 담은 명함을 제작하여 주인공에 전달했다.

명함 전면에는 재직기간 동안의 주요 소속과 직위가 적혀있고, 뒷면에는 주인공이 직접 선정한 죄우명이 인쇄되어 있다. 퇴임식에서 사전에 희망하는 분들에게 ‘퇴직명함’이 전달되자 평생 교육자들은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는 전언이다.

정 장학사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도 “나도 이 명함 한장으로 인해 '내 존재가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은퇴로 인한)상실감이 훨씬 덜해 졌고 반면에 ‘내가 이런 사람이었구나’하는 자존감이 살아났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하고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면, 특히 교육공무원들은 훨씬 더 소외감과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는데, 이런 명함으로 인해 자신감과 자존감이 살아나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정 장학사는 현재 교육 컨설팅과 함께 주 전문분야인 혁신학교와 유아교육에 대한 강의 요청이 많아 새로운 희열을 느끼며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인터뷰 당일에도 강의 요청을 한 서울의 한 교육기관으로 기차를 타고 이동중이라는 설명을 하기도 했다.

특히 내년에 바뀌게 되는 유아교육과정 개정과 관련 전국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세종시교육청에 근무하며 다뤘던 ‘아이다움 교육과정’이 전국적인 선도적 모델이 되어 그로 인해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지난 2월 세종시 한 유치원에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한 정경자 전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지난 2월 세종시 한 유치원에서 마지막 수업을 진행한 정경자 전 세종시교육청 장학사

정 장학사는 “필요하면 제가 몸 담았던 교육청에 도움도 드리고 또 해 왔던 일들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거듭 다짐한다.

인터뷰를 마치며 정 장학사는 “만들어 주신 명함에는 ‘전직 장학사’라고 적혀있지만 개인적으로 '평생 교육자'였기 때문에 교사로 근무했던 부분도 표시되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덧붙였다.

세종시교육청이 첫 시도한 ‘퇴직명함’은, 교육계에 평생을 몸 담았던 한 교육계 인사의 사연과 제안으로 시작되었으며 향후 은퇴하는 교육자들의 의견을 담아 개선 .발전시켜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어느 직업보다도 가장 숭고하고 존경받아 마땅한 교육의 길을 걷고 있는 또 걸어오신 ‘영원한 평생 교육인’들의 앞날에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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