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후보자 송아영의 ‘측근(側近)’과 ‘측근(側根)’
[기자 수첩] 후보자 송아영의 ‘측근(側近)’과 ‘측근(側根)’
  • 이병기
  • 승인 2018.06.07 05: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각자의 길' 중단한 세 딸 효진.세진.효이 그리고 남편 김용균 교수의 일상 '화제'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세종호수공원에서 배우자인 김용균 씨와 함께 선거용 명함을 건네며 시민들에 인사하던중 기자와 만나 사진촬영에 응한 송아영 후보.

우리는 보통 유명인 가까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측근(側近)’이라 부른다. 사전적 의미로는 ‘곁의 가까운 곳’.

특히 숱한 정치인들과 이보다 더 큰 막강한 ‘힘’을 지닌 과거 최고 권력자의 곁에는 항상 이 ‘측근’이 존재했다. 과히 긍정적이지 못한, 솔직한 표현으로는 각종 비리 기사에 따라붙는 수식어가 바로 ‘측근’이다.

6.13선거가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장 직에 도전한 한 여성후보의 최 측근(?)들이 눈에 띈다. 듬직해 보이는 남성 1명과 후보자와 너무도 흡사한 외모를 지닌 여성 3명이 바로 최 측근들 이다.

기자가 목격한 첫 번째 측근은, 지난 5월 5일 어린이 날 세종호수공원을 빼곡이 가득 메운 인파들 속에 ‘송.아.영’이란 세 글자를 새긴 선거 운동복을 입은 시장후보와 그 곁을 지키며 어색한 90도 인사를 하고 있는 부군 김용균 씨(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두 번째로 만난 후보의 측근은, 열흘 후(5월 15일)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후보의 세종시장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출마회견문을 분주히 나눠주고 있는 후보의 2녀 세진 씨(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휴학).

지난 달 24일 세종시장 후보토론회에서 송아영 후보를 수행한 (왼쪽)2녀 세진 씨와 1녀 효진 씨.
지난 달 4일 송 후보를 대신해 아침 거리 인사차 유세차 위에 오른 남편 김용균 교수와 3녀 효이 씨 모습

그리고 나머지 측근 둘을 더 만난 건 5월 17일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행사전반을 진행하면서 땀을 뻘뻘흘리며 뛰어다니고 있는 후보의 1년 효진 씨(비엔나 국립음대 대학원 휴학)과 3년 효이 씨(KAIST 원자력공학과 4년 휴학).

이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취재하며 만난 수 많은 후보자들의 측근중 ‘최 측근’으로 보여지는 구성원들이다. 이들 최 측근 중 딸들 모두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휴학’이란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지난 달 19일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행사 진행에 여념 없는 1녀 효진 씨와 3녀 효이 씨.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인 대전 유성 신동.둔곡지구에 들어 설 중이온가속기와 매우 밀접한 인연이 있는 세계적 핵 물리학자이며 이 분야 최고의 권위자 중 한 명인 김용균 교수가 후보자의 남편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난생 처음 어색한 90도 인사를 매일 거듭하고 있다.

1녀 효진 씨는 어머니의 전공을 잇는 음악가의 길을 가기 위해 외국 유명 음대(대학원 과정)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던 대학원생으로, 어머니의 출마와 함께 자진 휴학 후 귀국했다.

2녀 세진 씨 역시 대학 4학년 재학중 행정고시 1차를 합격해 놓고 6월 2차 시험을 준비하던 중 어머니의 출마 결정 그리고 어머니의 극구 만류에도 불구하고 고시준비를 접고 홍보와 의전을 자처하고 나섰다.

3녀도 사정은 마찬가지. 어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탓(?)에 같은 원자력공학도의 길을 가던 중 역시 4학년 휴학을 결심하고 측근 선거운동원으로 변신했다. 특기는 유세차 위에서 긴 머리 휘날리며 90도 인사하기.

기자와의 어느 인터뷰 과정에서 송 후보는 “고향인 세종에서 ‘행정수도 완성’이란 큰 뜻을 펼치기 위해 어려운 결심을 했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이 고생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하며 “특히 선거 직후에 치러지는 행정고시 2차 시험을 앞 둔 둘째 만큼은 참여시키지 말았어야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새벽부터 늦은 밤 시간까지 후보 주변에서 챙겨야 할 일은 무척 많다.

선거캠프 구성원들이 굵직한 일들은 수행해 나간다고 하지만, 후보의 개인적인 건강관리부터 수 많은 일정 조정 그리고 수행에 이르기 까지 그리고 남편과 딸들은 번갈아 유세차에 오르며 허리를 굽히고 몸을 흔들어야 했다.

송아영 후보의 최 측근들 모습 - (왼쪽부터) 2녀 세진 씨, 1녀 효진 씨, 3녀 효이 씨, 후보자, 배우자 김용균 교수 모습.

천상 학자인 남편 김용균 교수는 무대차에서 아침 거리인사를 마치고 내려와 심경을 밝힌다. “선거를 치른다는 게 정말 힘든 일인데 세 딸들이 함께 해줘 정말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번 선거에 임하며 가족의 중요함을 많이 느꼈다. 딸들에게 감사하고 정말 대견스럽다”고 말한다.

막내 효이 씨는 “정말 시민을 위한 시정을 펼쳐 주셨으면 한다”며 “우리 가족들은 다 정치적 이념이 다르고, 각자 다른 길을 가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중단하고 지금 함께하고 있다. 엄마가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눈물을 글썽인다.

20대 초반의 여는 젊은이들처럼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그런 사치를 포기한지 두 달째 되어 간다고 한다.

‘여성 첫00’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 않게 여성들의 정치참여가 더욱 확대되고 일반화돼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는 2녀 세진 씨가 뼈있는 말을 던진다.

후보 수행과 홍보를 맡고 있는 세진 씨는 “조직과 자금 중심의 선거에서 정책과 공약, 소통 중심의 선거로 정치문화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며 “저희 캠프 역시 대형 기획사나 대형 조직없이 가족들이 발 벗고 뛰고 있고, 또 많은 자원봉사자분들이 캠프에서 일해주고 계신다”며 미소를 짓는다.

그러면서 “선거법 규제가 너무 엄격해서 오히려 정치신인이나, 자금력이 없는 후보가 제대로 선거를 치르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출마한 후보 모두가 이번 선거를 깨끗하게 끝까지 잘 치러내 정치신인들도 선거에 출마할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며 정치학도 다운 듬직함을 보였다.

‘함께 발로 뛰는 후보자의 가족들’을 취재하며 어는 후보는 아들만 셋이라는 사연도 전해진다.

‘곁의 가까운 곳’이란 측근(側近)의 의미가 올바르게 인식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함께 또 다른 의미의 ‘측근(곁뿌리, 側根)’이란 의미 심장한 단어도 눈에 들어 온다.

‘원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뿌리로서 식물체를 더 잘 떠받치고 땅속의 양분을 더 잘 흡수하게 함’이라고 사전에 적혀있다.

주인공의 가까이에 존재만 하는 ‘측근(側近)’을 뛰어 넘어, 잘 떠 받치고 양분을 흡수하게 해주는 그런 ‘측근(側根)’이 우리사회에서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